나사렛 청년예수의 삶과 죽음
마가복음 7:24-30 (2012.04.19 새벽설교)
예수님이 두로 근처로 가셨습니다. 두로는 예전부터 이방인들의 우상숭배가 만연했던 지중해 연안의 도시입니다. 예수님은 가능한 은밀하게 활동하려고 하셨으나 이미 유명인이 된 터라 거처를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두로 근처의 사람들이 예수님께 찾아와서는 가르침을 받거나 병고침을 받았을 겁니다. 그들 가운데 한 여자의 이야기가 본문의 내용입니다.
본문은 이 여자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형편과 혈통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여자가 처한 형편은 더러운 귀신이 들린 딸이 있습니다. 이 여자의 혈통은 헬라인이고 수로보니게 출신입니다. 형편과 혈통이 주는 공통적인 이미지는 '더러움(불결)'입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을 더러운 개로 여겼기에 자리를 함께 하거나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설명은 다분히 본문 전후의 문맥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앞 단락의 내용은, 사람이 불결하게 되는 건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메시지)
더러운 여자가 예수님께 나아와서는 "우리 딸에게 있는 더러운 귀신을 쫓아주세요"라고 간청합니다. 보통 때 같으면 간청대로 귀신을 쫓아주셨는데, 이 여자에게만은 냉정하게 한 마디 하십니다. "자녀에게 먼저 먹을 걸 주지, 그걸 개들에게 주겠느냐? 그렇게 못한다"고 하십니다. 말 그대도 폄하 발언을 하신 겁니다. 유대인 특유의 선민의식과 인종차별의식이 드러난 말씀입니다. 근데 이 여자의 태도도 또한 의외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밥상 아래의 개들도 자녀들이 먹던 부스러기는 주워 먹습니다."라고 대답한 겁니다. 근데 이 여자를 개로 폄하하던 예수님의 얼굴빛이 달라지시더니 "네가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다"고 말씀하십니다. 여자가 집에 가서 보니 딸이 침상에 누워있는데, 진짜로 귀신이 나간 겁니다.
예수님과 여자가 나눈 대화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이 팽배합니다. 예수님이 먼저 태클을 거셨고, 여자는 그 태클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다시 예수님께 태클을 걸었습니다. 이 게임에서 여자가 예수님을 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야곱이 하나님을 이겼다는 창세기 32장의 내용과 유사) 예수님은 이걸 의도하신 겁니다. 더러운 이방 여자를 '더럽다'고 짓밟으심으로 여자가 보일 반응을 기대하신 겁니다. 그리고 여자가 대꾸를 하자마자, 마치 그 말을 기다리신 것처럼 여자의 간청대로 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십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짓밟듯이 예수님도 우리를 짓밟으실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 나아가고자 하는데 누군가가 짓밟는 겁니다. 교회 밖의 사람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누군가가 우리를 짓밟습니다. 이 여자에게서 부스러기 믿음을 배워야 합니다. 이 믿음은 겨자씨 믿음의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자씨 믿음은 산을 옮길만한 믿음을 보여주지만, 부스러기 믿음은 어떤 '더러움'도 정결케 되는 믿음을 보여 줍니다.
30대 초반의 청년예수가 어떻게 이런 대화를 유도할 수 있었을까요? 성령 안에서 아버지에게서 배우신 겁니다. 예수님이 아버지를 알아가던 이야기는 은밀하게 감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면서 절규하셨던 '내 하나님 내 하나님 왜 나를 나를 버리십니까"에서 예수님의 삶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유기당하고 배척당할 걸 아셨습니다. 훗날에는 아버지 하나님에게서조차 그렇게 당할 것을 아셨습니다. 청년예수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함으로 모든 사람들이 정결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다시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여자를 짓밟은 게 아니라, 여자로 인해 예수님이 짓밟혀 죽으셨다고요. 예수님이 그렇게 죽으심으로 이 여자의 더러움이 씻어져서 정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댓글0개